마에다 노부아키
Maeda Nobuaki
갤러리 신라에서는 2024년 6월 21일부터 7월 20일까지 마에다 노부아키(Nobuaki Maeda 1949~ )의 개인전을 개최합니다.
마에다 노부아키는 일본 큐슈의 구마모토를 거점으로 물질이나 색채 등의 물질적 요소를 회화로 환원하는 미니멀리스틱 회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는 이지적이고 규명적인 회화가 익숙하지 않은 일본 예술 풍토에서 매우 드문 제작 태도를 가지고 40년 이상 작업 해왔다. 일찍부터 그는 한국 작가들과의 교류가 있었으며 2006년 Origin그룹 전시회에 일본초대작가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이 작품 주제는 “대지 - 수직과 수평(The Earth - Vertical and Horizontal)” 이다. 작가가 거주하며 살고 있는 지역인 구마모토는 대지진을 두 차례나 겪은 격진지이다. 작가는 그 시간을 이겨내면서 예술가로서의 작가 본인과 예술 작품이 자연의 힘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들려준다. 결국 이번 전시는 그 혼돈의 시간을 예술로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작품과 그림을 위한 순수한 영위가 지진으로 순식간에 와해되면서 중력의 의미와 수직, 수평이라는 항상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시작된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이면서 아울러 사회적 존재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미술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이것은 지진에 대항하여 무력한 예술이 인간 정신의 근간 부분을 담당한다고 한 역설이기도 하다.
1755년 리스본 지진은 18세기 이후 유럽의 정신세계에 그림자를 드리운 큰 사건이었다. 볼테르, 루소, 칸트와 같은 당시의 사상가나 철학자가 자연에 대하여 무력한 미술이 인간정신의 근간의 부분을 담당한다는 것을 언급하였고 그 영향은 그 후 자연관, 과학관, 철학관의 변화를 일으키기까지 하였다. 특히, 칸트가 자신의 철학 속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발전시킨 “숭고하다”는 20세기 들어 뉴먼을 비롯한 미국의 추상 화가들의 큰 지표가 되어갔다.
마에다의 회화에는 순도 높은 색채 혹은 거의 단색으로 도포된 화면에서 흔들림과 빛으로 가득 찬 화면을 볼 수 있다. 화면을 분할하고 있는 수직선과 수평선은 각각 대지와 인간을 뜻하고 있다. 우리는 수직 기둥과 벽 그리고 수평인 바닥과 테이블이 있는 수직과 수평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으며 이것들을 바탕으로 살아오고 있다. 이런 신체성을 동반한 중력 감각과 수평지향은 그의 회화 작업의 근원적 요소인 직사각형 프레임에서 구조화되고 있다.
그의 화면은 경험에 의해 스스로 찾아낸 비례의 화면으로써 정방형에 가까운 1.085:1 이라는 비율을 가지고 있다. 이 “성스러운 숫자”의 비례를 가진 직사각형은 색깔과 공간이 일체화되는 좋은 비율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캔버스에 수직 수평선만 의도적으로 남겨두고 아크릴 물감을 얇게 개어서 30회에서 50회 정도로 바른다. 스테이닝(염색) 기법으로도 볼 수 있는 그의 화면은 색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색이 그곳에 있게 바름으로써 캔버스, 물, 물감을 일체화 시키고자 한다. 그의 작품은 물감의 존재감보다는 발광체처럼 안쪽에서 반짝임으로서 투과한 화면은 깊고도 숭고한 색채로 나타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더니즘 회화의 자기 비판성을 계승하면서, “아름다운” 조형성과 “숭고한” 정신성과의 갈등 속에서 내면에 남아있는 모든 예술 형식을 잠재우면서 새로운 개념을 자신의 화면에 불어넣고자 노력한 마에다 노부아키의 숭고한 작품세계를 엿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 Blue color의 신작 20여점을 출품한다. 갤러리 신라 서울관의 전시공간에 맞추어 제작한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색 면으로 구분되는 서로 다른 크기의 캔버스를 배치하여 대지에서의 수직성과 수평성의 확장, 즉 작품 자체에서 공간으로의 확장을 보여주고자 한다.
많은 관람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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