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충남 대전에서 출생한 조성묵은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조소과에서 공부하였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60년 제9국전에서 특선을 수상하면서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현대 한국의 미술계에 처음 등장한 전위조각단체인 원형회에 참가하고, 이후 대표적인 전위미술단체인 AG에도 참여하는 등 한국 현대조각의 전위적인 흐름을 이끌어 가는데 동참하였다. 196~70년대 당대 현대조각의 최전선에 서있던 추상조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하던 작가는 이와 더불어 산업생산된 기성품을 재료로 끌어들임으로써 일상 속의 사물을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실험에 있어서도 선구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이러한 초창기에 작가가 작업했던 드로잉들이 여러 점 출품된다. 이 초기 드로잉 중 인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인체의 굴곡과 곡선을 유려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돌이켜 볼 때 여기에 드러나는 유선형의 형태들은 향후 의자의 형태를 따라 제작한 <메신저> 연작들에서 반영되는 인체의 형상들을 미리 예시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리고 초창기 드로잉 중에는 이와 같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그려진 작품들 이외에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바로 종이를 담뱃불로 지져서 뚫어낸 흔적들을 중첩시켜 만들어낸 드로잉들이다. 예술작품이 뿜어내는 분위기에 관한 용어로 우리에게 익숙한 아우라가 있다. 본디 아우라란 그리스 말로 숨을 뜻한다. 담뱃불이란 작가가 들이쉬고 내쉬는 들숨날숨에 의해 불타오르는 것일진대, 그렇다면 본 작품들은 말 그대로 작가의 아우라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라 할 만하다. 말하자면 작가의 숨결에서 비롯된 창조정신의 산물이 되는 것이다. 담뱃불로 그린/그을린 드로잉들은 또한, 산업생산된 기성품들을 재료로 삼았던 작품들과 함께, 작가가 지녔던 일상성에 대한 관심을 잘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작품들에서 보이듯 음식이나 기호품을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젊은 날의 매우 이른 시기부터 발원했다는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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