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나의 갤러리 신라 서울에서의 개인전《The Oriental Sauce Factory》는 미국 Murmurs 갤러리에서 선보였던 기존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구성되었으며, 향과 액체, 발효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탐구를 확장하여 보여준다.

유해나는 작업에서 냄새를 감각적이고도 주요한 매개로 사용한다. 충청북도 음성에 소재한 아버지의 간장 공장에서 제조과정을 보았던 작가는, 냄새가 특정 공간을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인지할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매채라는 점을 경험 하였다. 작가는《The Oriental Sauce Factory》설치 시리즈를 통해 이를 구체화시키고, 관객을 그 경험으로 초대한다. (이러한 과정을 위해 작가는 “액체 순환 여과 설치물” 이라는 공장 운영 시스템의 설치를 구현하였다.)

작가는 브리콜라주(bricolage)1 개념을 토대로 액체, 냄새, 영상, 소리, 조각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여 설치물을 구상한다. 이 액체는 신자유주의 시장의 구조를 탐색하는 하나의 엔트로피이면서, 병으로 주입되어 판매되는 상품이기도 하다. 후각이라는 타자성(Other)을 지닌 짭짤하고도 짙은 갈색의 소스(간장)는 공장이 작동함에 따라 “소비, 추출, 착취”라는 일련의 과정을 겪어가는데,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구현된 시스템의 통제와 감시 가운데 존재하는 긴장감을 그려낸다.

<메주 (Dictee)>(2022)는 소스(간장)의 예비적인 상태를 보여준다. 차학경의 저서 ‘딕테'에서 발췌한 구절을 담은 한지 조각들과 면역체계에 도움을 주는 한약재, 대두를 한지와 함께 섞은 후, 손으로 메주 모양을 만들어 발효에 필요한 누룩 곰팡이의 생성을 유도한 조각이다. ‘딕테’에 등장하는 여성 화자들 - 유관순, 잔 다르크,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그리고 미국 1세대 이민자인 차학경의 어머니 허영순 여사, 차학경 -의 고통의 서사는 이 소스(간장)의 재료로 쓰여진다.

이 시리즈의 전 전시는 “거대한 발효 장치”가 주요한 설치물로 구성된 반면, 갤러리 신라의 주요한 설치작업 <주입기계: 너는 나를/나에게>(2022)은 그 다음 단계인 “순환 여과 장치”로 구현되었다. 유해나의 소스 공장의 운영 체계는 아버지의 간장 공장의 실제 매뉴얼과 마르셀 뒤샹이 묘사한 “욕망-모터”의 개념으로 표현된 <그녀의 독신남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 조차도>(1915-23)의 논리를 모델로 하여 결합한 형태이다.

 

메주, 소금물, 대추, 오레가노 오일, 타이레놀, 애드빌, 마그네슘 및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들과 쌍화탕에 쓰이는 한약재들은 서로 뒤섞이고 용해되어 하나의 혼합체가 된다. 이 액체는 좁고 긴 미로같은 아크릴 수조를 통해 폭포처럼 흐르며, 설치 구조물은 소스를 가두고 지배하는 동시에 갤러리 공간을 구분 짓는다. 이 구조 안에서의 소스(간장)는 의료용 튜브와 연결된 왁스 조각, 주사기, ‘딕테’의 언어들, 약통, 암호 화폐, 복권, 각종 다국적 기업의 로고들이 새겨진 알루미늄 조각, 뒤샹의 ‘총각’ 드로잉을 본 떠 만든 알루미늄 조각상과 같은 수중 장애물들을 담거나 피하며 갈 길을 찾아간다. 이 장애물들은 “소비 형태 양상”의 구현물이지만, 열망하는 관람객들을 삼켜 소비시킬 정도로 위협적이기도 하다.

갤러리 뒤편에 설치된 <체

크메이트>(2021)는 판자 상자와 함께 설치된 단독 비디오 작업이다. AI프로그램으로 생성된 음성은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우롱차 “Bai Hua”를 ‘오리엔탈 뷰티-동양의 아름다움’으로 명했다는 차의 유래를 설명한다. 영상은 간장 공장에서 여성 근로자들이 병 주입 및 포장 작업을 하는 장면으로 바뀐다. 간장병들이 레일을 따라 주입 및 포장과정을 마치는 단계에서 소스(간장), 그 기원의 복잡성은 브랜딩과 오리엔탈리즘에 의해 희석되고 감소되어진 상태이다. 유해나의 우의적인(allegorical) 공장은 제한된 규모 안에서 시장의 폭력성을 담담히 노출시키면서, 시간에 따라 증가하는 냄새의 강도를 통해 점차 공간을 잠식해간다.

 

소스(간장)의 근본적 본질을 컨테이너에 담아내려는 노력과는 무관하게, 소스는 그 컨테이너에 스며들고 발효하여 유기성을 생성하고, 더 나아가 병 안에 담긴 물체들을 부식시키기도 한다. 자극적인 소스의 타자성을 억제하고 순응성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살아있는 엔트로피를 향해 나아가려는 소스 본연의 유출적 저항성과 부딪힌다. 이분법적인 제조 시스템과 자연발생적 발효의 과정은 상호의존성이라는 경계에서 서로 경쟁하며, 이 가운데 발생하는 욕망과 통제의 충돌을 만들어 내는 듯 하다. 작가는 궁극적으로 냄새, 소리, 그리고 박테리아의 성장을 통해 불가측성을 확장시키며 구체화 해간다.

 

Stephanie Mei Huang

Bi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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